시력잃은 은월이
아 은월이 점점 시력을 잃어갔으면 좋겠다.
계기는 어떻든 상관없음.암흑 디버프가 잘못 걸려서 그렇게 됐든 그냥 병에 걸렸든 그냥 시력이 저하됐으면 좋겠다.시야의 바깥쪽부터 점점 어두워지다가 정중앙까지 어둠이 침범해서 결국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 은월은 시력을 잃기 전에 랑이에게 여우구슬을 돌려주고 자기를 기억하는 이 하나 없는 메이플 월드로 돌아와 거의 죽은 듯이 살았으면 좋겠다.
안내견을 키우는 것도 좋겠지만 용병일 시절부터의 습관으로 무언가를 키우는 것을 못해서 그냥 몸으로 부딫히며 살았으면. 초반에야 익숙하던 정령도 없고 안내해줄 사람도 없어서 상처가 굉장히 많이 생기겠지만 정령에게 의존을 많이 해서 약해졌던 은월 본래의 감각이 되살아나 보이진 않지만 느낌으로 장애물이 어디에 있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되서 상처가 생기지 않게 되는게 좋다.
그리고 내가 보고싶어서 시작한 은월 시점은 감긴 눈은 아니지만 어둠 속에서 눈을 떴을 때보다 선명히 떠오르는 프리드의 모습 때문에 가슴을 주먹으로 퍽퍽 치며 우는 날이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 빛이 없는 세계에서 빛보다 찬란하게 보이는 프리드의 환영에 더 고통스러워 했으면 좋겠다.
수많은 시간이 흘러 검은 마법사를 연합과 영웅즈가 물리친 사실이 은월이 숨어서 지내던 곳까지 흘러 들어올 때쯤, 은월도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되고 무뎌져 있는데 검마가 사라졌는데도 자신이 죽지않아서 의아해 하다 영웅즈의 작은 소식이 은월의 귀에까지 들렸으면 좋겠다.
그 소식은 바로 영웅즈가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소식인데 단서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닌 상대를 찾아대서 영웅즈가 좀 이상하다는 그런 수근거림이었음. 은월은 영웅즈가 누굴 찾는지는 정확히 들려오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영웅즈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걸 깨달은 은월은 설마 그럴 리 없다며 부정하다가 혹시...? 하는 생각에 더욱 꽁꽁 숨어버림. 별거 없이 그냥 영웅즈들이 자길 만나서 좋을 것이 하나 없다는 은월만의 생각때문이었음.
마을에도 정기적으로 내려가서 생필품을 사오곤 했는데 한꺼번에 많은 양을 몰아서 사고 마을엔 거의 두세달에 한번씩 내려오곤 함. 대량으로 구입한다고는 해도 거의 고기나 양념을 조금 사는 정도여서 마을 사람들도 딱히 뭔가 이상함을 느끼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모험자나 근처에 사는 마을 주민 같은걸로 인식하고 있음. 그래서 더더욱 은월을 추적하기 힘들어진 영웅즈. 그래도 정보력 쩌는 판토무 덕에 은월 턱밑까지 추적해오는게 가능했음.
그리고 클리셰 돋게 은월이가 마을에 내려가는 날에 에방이랑 판톰이 그 마을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특징인 긴머리를 가지고 묻고 다니는 것을 듣고 그 특징인 긴 머리를 자름. 그리고 그들이 하나 더 가지고 있던 특징인 보라색 눈을 천이나 안대같은걸로 가려버림. 어차피 눈도 안보이니 딱히 눈을 가려도 지장이 가지 않아 할 수 있던 일임.
어쨌거나 영웅즈가 가지고 있던 유일한 단서 두개를 전부 없애버린 은월은 더더욱 몸을 사림. 한편 마을사람들에게 겨우 은월의 실마리를 잡는가 싶었는데 다시 사라져 버리니 속이 바짝바짝 탐.내 썰에서 무조건 살아있는 프리드가 늘 잘 기억나지도 않는 은월 때문에 거의 시름시름 앓다시피 해서 더욱 찾고 싶었고 그들의 기억에도 같은 특징을 가진 사람이 흐릿하게 있어서 더더욱 필사적이었음.
그렇게 특징 단 두개로만 벌이던 추적이 마을 하나에서 끊겨버림.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라 마을 사람들도 은월을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았는데 딱 한사람, 은월이 주기적으로 들르는 식료품점 주인이 은월이를 기억하고 있었음. 그렇지만 앞서 은월이 자기 특징을 전부 바꾸고 잠적하다시피 해버려서 딱히 도움은 안되고 그 마을에서 은월의 흔적이 끊겨버림.
겨우 찾은 실마리가 끊어졌지만 은월이 영웅즈가 자기를 찾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처럼 영웅즈 또한 은월이가 근처에 있다는 것이나 여기 있으면 은월이의 소식을 알 수 있을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그 마을에 거의 눌러앉다시피 머무름. 은월을 거의 추적한 것 같다는 팬텀의 소식이 들리자 마자 한달음에 달려온 프리드도 가세해 마을에 머물렀지만 은월은 벌써 4달이 다 되도록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음.
그리고 영웅즈(팬텀, 에반, 프리드)가 슬슬 철수해야 하나 생각을 하던 4달쯤 되는 날에 은월이 자기가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영웅즈를 피해야 하는 이유를 딱히 찾지 못하며 회의감을 느껴 오랜만에 나온 마을에서 짐승같은 감을 가진 영웅즈에게 덜미를 잡혀버림. 눈도 가리고 있고 머리카락도 짧아서 영웅즈가 당황한 나머지 아니라고 박박 우기는 은월을 그냥 놓아주
는 척 하다 미행함.
은월은 장애물이 어디에 있는지 신경을 쏟느라 영웅즈가 쫓아오는 것을 딱히 못느껴서 마을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자 보이는 것은 상관 없지만 그래도 답답한 안대를 풀어버림.그리고 얼굴이 드러난 순간 느낌이 팍 온 프리드 및 에방이, 판토무가 은월을 덮침.
엉...? 저렇게 쓰니 갑자기 야외플같은데 하여간 덮침.
당황한 은월을 붙잡고 너 은월 맞지 하는데 은월이 아까처럼 아니라고 하려다가 프리드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것을 깨닫고 갑자기 밀려오는 감정에 엉엉 울어버림 .붙잡은건 좋았는데 갑자기 은월이 울어버리니 당황해서 은월을 좀 달래줌. 그리고 은월은 한참 울다가 진정이 된 후에 시인함. 자기 이름이 은월이고 너네가 찾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 맞다고 함. 드디어 기억의 저편에 있던 사람을 찾음과 동시에 흐릿하던 기억들이 뚜렷해지고 은월과 존재의 고군분투도 기억난 에방과 판토무가 은월을 껴안고 울고 프리드는 그냥 은월을 찾아서 움. 실컷 울고서 자기들이 머무는 곳엘 데려가 이야기를 듣자고 하는데 은월이 그냥 자기는 여기 있겠다고 함. 은월의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은 애들이 은월이 기껏 익숙해진 사는곳을 바꾸면 안되겠다 해서 은월이 사는곳으로 이사오고 행쇼^^(???
사실 내가 보고싶었던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프리드의 환영 하나만 뚜렷하게 보여서 괴로워하는 은월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거지같은게 탄생함...ㅇㄴ...어쨌거나 은월이가 프리드 못잊고 괴로워하는거 보고싶었는데...ㅎ... 중간에 이상해지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