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AU

그린 소나타

사이하이 2016. 11. 2. 02:52

베인님 드렷던거~ 지친 학생회장 푸리두와 음악천재 은얼이 소재로 초록색 코드를 받아 짧게 썼당~!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의 학교는 다 그렇겠지만서도 이 학교는 유독 주위에 푸른 나무와 풀로 가득차 있다. 특히 여름날이 되면 주위는 온통 반짝이는 초록빛으로 가득차 때때로 감성에 젖게 하곤 하는 것이었다. 오늘도 그런 날중에 하나였다.
 학생위원들에게 잔뜩 시달려 지쳐버린 프리드는 자신이 지친 것을 자각하지도 못하고 이상하게 몸이 축축 처진다며 중얼거리곤 창가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본 창밖엔 햇빛을 받아 춤추듯 빛나고 있는 나무가 있었는데, 그는 그 나무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한참이나 그 풍경에 빠져있던 프리드는 문득 자신이 지쳐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찾는 사람이 찾지 않는 구관의 교실 중에서도 단연 첫번째로 꼽히는 교실인 구관의 음악실로 숨어들기로 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내달려 구교사로 들어선 프리드는 희미하게 울리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순간적으로 프리드는 온갖 망상에 사로잡혔다. '사람이 분명 찾지 않을 장소인데다 지금은 수업이 시작된 시간이라 아무도 없어야 하는데... 귀신인가?'와 '이 환한 대낮에 나오는 귀신이면 얼마나 센 걸까' 부터 시작해서, '혹시 사람은 아닐까?' 의 긴 사고를 거쳐 피아노 소리임을 깨달은 프리드는 또래의 소년이 그렇듯 특별한 사랑이 싹틀지도 모른다는 수줍은 상상을 펼치기 시작했다.

'긴 생머리의 소녀였으면 좋겠는데...'

 주변 사람들이 내 얼굴이면 나쁘지 않다고 했으니 조금쯤은 말을 걸어도 되지 않을까? 라고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마음의 속삭임에 동의한 프리드는 분명한 음악소리가 들리는 음악실로 향했다. 구교사의 꼭대기 중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음악실에선 창밖의 풍경을 닮은 싱그러운 소리의 선이 뻗어나오고 있었다. 약간 차갑게 느껴지는 문고리에 손을 올린 채 망설이던 그는 이내 특별한 사랑을 꿈꾸는 망상의 힘으로 문고리를 돌려 열었다.
 문을 조금 열어 들여다 본 음악실의 내부는 무척 깨끗했고 한쪽의 구석엔 그의 바램대로 긴 생머리의...
 남학생이 있었다.
 한순간에 와장창 깨져버린 프리드의 순정은 이내 사르르 불어온 여름바람에 의해 팔랑팔랑 날아갔다. 프리드가 잠시 마음을 빼앗겼던 창밖의 풍경을 닮은 싱그러운 음악은 여름날을 수놓는 햇살처럼 프리드의 지친 심신을 내리쬐며 치유해주는 것 같았다. 그는 한껏 풀어진 얼굴로 조심스레 음악실 안으로 완전히 들어서서 피아노 소리가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풋풋한 바람내음에 취해 피아노 소리가 완전히 멈춘 것도 모르고 있던 프리드는 자신의 취향인 긴 생머리(순간 머릿속에서 비웃음이 들린 것 같았지만 그는 무시하기로 했다.)의 남학생이 말을 걸고 나서야 퍼뜩 상념에서 깨어났다.

"저기. 적어도 노크는 해야 하지 않아?"

프리드는 자신의 무례를 깨닫고서 급하게 사과했지만 상대방은 딱히 사과를 바라고 한 말은 아닌 듯 프리드를 향해 물었다.

"괜찮아. 그보다 너 바쁘지 않아? 지나가다가 사람들한테 둘러쌓여있는걸 몆번이나 봤는데."

 약간 낮은 높이의 목소리가 숲새의 노래처럼 나긋나긋하게 마음을 간지럽혔다.

"내 이름은 은월이야. 만나서 반가워, 농땡이 피우고있는 학생회장."

 정곡을 찔렸지만 프리드는 양심이 찔리진 않았다. 그딴 양심보다 눈 앞에 내밀어진 얇은 손가락이 시원스레 뻗은 손이 더 중요했다.



"아~ 그때부터였어."
"응?"
"내가 너의 연주셔틀이 된거. 날 이렇게 부려먹는건 네가 처음이야. 다른사람들은 '제발 한번만 연주해주세요' 라면서 돈도 쥐어주고 하는데 넌 뜬금없이 찾아와선 아무거나 연주 해달라고 땡깡부리잖아."

 은월의 가벼운 투덜거림에 프리드는 풋풋한 풀내음이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네 연주에 반하게 했으니 책임을 지셔야지~"
"네가 멋대로 반한건데도?"

애정어린 투닥거림에 사랑스러운 초록빛이 맴돌았다.

"피곤한 친구를 위해서 그쯤은 해달라구~! 그래, 오늘은 그거 연주해줘. 널 처음 봤던 그날에 네가 연주하던 곡."
"이거 순 날강도 아냐! 으휴... 그래 내가 다 죽어가는 좀비에게 음악이란 것을 알려주지."

프리드는 환호하며 은월의 옆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은월의 손가락은 건반 위에서 춤췄고 그 춤의 소나타는 싱그러웠다.




프리드 취향의 긴 생머리(ㅋ) 남학생 은얼이~ 사실 그때부터였어~ 프리드가 사랑에 빠진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