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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은어리 생일 축전북에 내려던 건데 글자수 초과로 인해 무산된 이야기.

제목은 딱히 관계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먼산

영웅들이 망가짐을 주의해주세요

 

 

 

 

 임무를 나간 단 한명을 제외한 채 메이플 세계의 영웅들은 모처럼 포근한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나른한 기분도 엘프여왕 메르세데스의 비명 같은 외침에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세상에! 오늘이 은월 생일이잖아!”

 그 한마디에 해이함의 극치였던 영웅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벌떡 일어났다. 은월은 무척 사려 깊은 사람으로서 영웅들의 생일마다 유용한 물건들을 수줍은 축하와 함께 선물하곤 했었다. 그 물품들을 더할 나위 없이 잘 쓰던 영웅들은 그의 생일엔 꼭 화려한 축하를 해주자며 훈훈한 분위기를 냈는데, 정작 그들은 은월의 생일을 까맣게 잊었던 것이었다. 달력의 가까이에 있던 루미너스는 황급히 은월이 임무를 나간 지 얼마나 되었는지 계산해 보았다. 은월의 일처리 속도라면 오늘쯤엔 임무를 완벽히 끝마치고 돌아올 것이 분명했지만 방금 전까지도 은월의 생일임을 생각해내지 못한 그들이 생일선물을 이미 준비해 두었다는 기적을 일으켰을 리가 없었다. 그들의 좋지 않은 안색에 비장한 표정의 메르세데스가 영웅들을 이끌어 평소 소파에 앉힌 후 회의를 주도했다. 과연 추진력의 메르세데스다웠다.

 “자! 회의다! 은월의 생일인데 뭘 해야 하는지 의견을 좀 내줘.”

 “……. 식상하지만 깜짝 파티는 어떤가?”

 “역시 샌님이라 그런지 꽉 막혀서 따분한 의견이잖아! 생일이면 당연히 화려한 파티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우아한 춤을 추고 향기가 좋은 와인을 마시며 축하해야지!”

 “하! 겉멋만 더할 나위 없이 잔뜩 든 좀도둑 같은 의견이군!”

 “파티는 그냥 있는 게 아니야. 거기서 얻는 게 얼마나 많은데. 뭐, 하긴. 앞뒤 다 막힌 답답한 샌님이 그런 파티를 해봤어야 알지.”

 “뭐라고?!”

 루미너스의 조심스러운 의견에 팬텀의 의견이 이어지고, 둘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로에게 으르렁댔다. 금방이라도 멱살을 잡고 싸울 기세인 둘을 내버려두고 나머지 영웅들은 어떤 요소로 깜짝 파티를 꾸밀 것인지 토론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신경조차 쓰지 않자 서로 감정을 가라앉힌 루미너스와 팬텀이 회의가 벌어지고 있던 소파에 끼어 앉았고 본격적인 그들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깜짝 파티의 구성을 세세하게 정하는데, 그들의 귀에 하나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발소리의 주인은 분명히 은월이었기에 눈빛을 교환한 영웅들은 순식간에 흩어졌다.

 프리드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머리띠를 빼고 로브도 주섬주섬 끌어 모아 압축시키며 기둥 뒤에 숨었다. 은월은 굉장히 피곤했는지 임무를 나갔다 오면 거의 의무적으로 행하던 무기 손질도 건너 뛴 채 소파에 털썩 누워 곤히 잠에 빠져들었다. 은월이 완전히 잠에 빠져든 것을 확인한 프리드는 한숨을 쉬며 기둥 뒤에서 나왔고 그의 옆에 근력으로 천장에 매달렸던 루미너스가 사뿐히 착지했다. 그의 뒤를 이어 재빠르게 슈라우드로 자리를 빠져나갔던 팬텀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 자리에 고스란히 나타났으며, 메르세데스는 은월이 잠든 그 소파 아래에서 놀란 눈을 한 채 기어 나왔다. 은월이 돌아오는 바람에 황급히 숨었던 영웅들은 창밖에 매달린 채 자신의 방으로 오라는 아란의 손짓에 따라 아란의 방으로 몰려가 마치지 못한 회의를 이어갔다.

 "음……. 은월이 피곤해 보이는데 말이야……. 역시 피곤할 때는 고기지! 바비큐 파티나 하자!"

 "오. 나쁘지 않아. 그래, 힘을 써서 피곤할 때에는 든든하게 먹는 게 중요하지!"

 "그럼 불꽃놀이도 같이 하는 건 어때? 이미 지났지만 신년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바비큐와 불꽃놀이라는 환상적인 조합으로 회의를 끝마친 그들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흩어졌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앞마당은 팬텀이 가져온 갖가지 장식물과 천막, 테이블, 바비큐 세트 등이 쌓여 있었다. 팬텀은 탁자와 의자 등을 세팅하기 시작했고 어느 새 다른 음식과 물품을 사러 갔던 이들이 하나 둘 돌아와 팬텀의 준비를 도왔다. 물론 아지트 안에 있는 은월이 깰까봐 소리를 죽여가면서.

 잔뜩 조심한다곤 해도 예민한 은월의 기감을 완벽하게 피하진 못했던지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도 은월은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월이 깨어나는 모습을 발견한 영웅들은 굳어져 버렸다. 이대로 깜짝 파티는 끝이 나는 건가 싶었던 그 때, 마침 주방에서 양념에 재워둔 고기를 가져오던 프리드가 저도 모르게 은월의 머리를 고기가 담긴 냄비로 쾅 하고 내려쳤다. 은월은 피곤한데다 잠에 반쯤 취해 있던 터라 신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 사실 기절한 건지 죽은 건지 구분이 안 갔기에 프리드는 숨이 넘어가는 사람처럼 겨우 한마디를 속삭였을 뿐이었다.

 "……. 난 몰라……!"

 그 광경을 본 영웅들은 이렇게 된 바에 좀 시끄럽겠지만 빨리 해치워 버리자는 아란의 의견에 동의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것저것 준비하며 부산을 떨다 보니 해가 져버리고, 급한 마음에 장작에 화염마법으로 불을 붙이는 놀랄 일을 벌였다. 영웅들의 기대 어린 눈빛을 등에 업은 프리드에게서 쏘아진 화염마법은 펑 하는 소리를 내며 장작을 박살냈고, 여기저기에 튄 불똥은 루미너스와 프리드가 사온 폭죽에 옮아 붙어 화려한 폭발을 연달아서 냈다.

 “꺄악! 이거 어떻게 해!”

 “물 마법! 물 계열 마법을 써라!”

 "망토를 벗어서 때려!"

 “앗 뜨거! 옮겨 붙잖아!”

 “도움!”

 소란이 굉장히 크긴 컸던 모양인지 아까 프리드에게 맞고서 기절했던 은월이 어느 새 깨어났는지 양동이에 물을 한가득 채운 채로 들고 나와 불을 진압했다. 생일파티의 주인공에게 도움을 받아버린 영웅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은월에게 말을 걸었다.

 “하하, 은월.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그건 내가 해야 할 대사 아닌가……? 뭘 하고 있었기에 폭발을 이렇게 낸 거냐.”

 약간 황당해 하는 은월의 질문에 메르세데스가 나서서 대표 격으로 은월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은월은 불을 붙일 때는 마법을 쓰면 오히려 좋지 않다며 한 차례 타박한 후 능숙한 손길로 남아 있던 장작에 불을 붙였다. 은월의 도움 아래 영웅들은 무사히 바비큐 파티를 시작했고, 축배를 들며 은월의 생일을 마음껏 축하했다.

 “도움을 받아버렸지만 말이야, 우리의 깜짝 파티는 어때?”

 “이런 멋진 생일 파티는 처음이야. 모두 고맙다.”

 팬텀이 은월에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며 물었고, 은월은 피곤한 얼굴을 한 채로도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대꾸했다. 그 쑥스러움이 담긴 미소에 영웅들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다음 생일 때는 완전히 화려하게 열어줄 테니까! 나만 믿어!”

 “괴도 팬텀이 열어주는 화려한 생일파티라……. 그거 괜찮겠군. 허나 거절한다. 감당하기가 벅차.”

 화려하기론 메이플 월드의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는 괴도 팬텀이 대놓고 화려하게 꾸며주는 파티라니. 은월은 상상만 해도 부담스러운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년에도 이렇게 너희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화려하지 않아도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거다.”

 은월의 투박하지만 진심어린 말에 격한 감동을 받은 듯 영웅들이 너도나도 은월에게 약속을 남발했다.

 “다음 생일엔 에우렐에서 좋은 선물을 구해다 줄게! 기대해도 좋아!”

 “네가 부담스럽다니 크리스털 가든에서 작은 파티를 열어 초대하겠어.”

 “……. 혹시 마법서는 필요 없나……? 원한다면 희귀한 마법서를 구해서 선물해주겠다.”

 “그렇다면 나는 아프리엔의 비늘을 선물로 할까나…….”

 “쓸 만한 무기손질 키트를 구해다 줄게, 같이 수련하자고!”

 자신들이 아끼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들을 선물하겠다는 것을 깨달은 은월이 피식 웃었다.

 “내년의 생일엔 꽤 근사하게 보내겠는걸.”

 “내년은 내년이고 일단 먹어두라고! 너 임무 나갔다 와서 힘들 테니까!”

 아란이 바비큐 꼬치를 은월의 입에 쑤셔 넣었고 팬텀이 은월의 손에 들린 술잔에 건배를 했다. 아마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생일일 거라는 생각에 은월은 소중한 동료들에게 둘러싸인 이 풍경을 기억하기 위해 찬찬히 돌아보고 행복에 겨워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행복한 생일이었다.

 

 

 

심지어 늦었잖아....! 이미 지나가버렸다구...! 은얼아 고멘네... 그래두 사랑한다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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